영화정보
《카시오페아》는 2022년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영화로, 치매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휴머니즘과 가족애, 삶의 마무리에 대한 성찰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 드라마이다.
감독 신연식은 ‘기억을 잃어가는 인간’과 ‘그 곁을 지키는 또 다른 존재’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랑의 지속성에 질문을 던진다.
안성기와 서현진이라는 세대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담백하고 절제된 연기로 긴 여운을 남긴다. 러닝타임은 1시간 41분.
등장인물
· 수진 (서현진) – 변호사이자 싱글맘. 극도로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강인한 여성.
· 인우 (안성기) – 수진의 아버지. 딸과는 멀어진 관계였지만, 그녀의 병을 계기로 삶의 후반부를
헌신한다.
· 지나 (주예림) – 수진의 딸.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엄마의 상태를 받아들이며 조심스럽게
성장한다.
· 주변 인물들 – 수진의 직장 동료, 병원 관계자 등이 배경
인물로 등장해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줄거리
수진은 혼자 아이를 키우며 변호사로 커리어까지 이어가는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단하지만, 오랜 시간 아버지 인우와도 단절된 채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원인 모를 기억 장애를 겪기 시작한다.
잦은 건망증과 혼란 속에서 결국 ‘조기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수진의 갑작스러운 변화 앞에서 멀리 있던 아버지 인우가 돌아온다. 이전에는 냉랭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병을 중심으로’ 다시 연결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아버지는 딸의 병세를 감추려 하지 않고, 아이에게 남겨질 유산이 무엇인지 조용히 그리고 깊게 준비해간다.
수진은 점점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어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우와 지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기억하게 한다.
‘카시오페아’라는 별자리처럼, 잊히더라도 영원히 하늘에 머물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이야기다.
감상포인트
1. 관계의 회복을 그리는 잔잔한 서사
이 영화는 화려한 서사보다는
단절된 가족의 회복을 중심으로 한 감정선이 돋보인다. 병을 통해 다시
연결되는 부녀의 서사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다.
2. 서현진의 절제된 감정 연기
혼란-수용-포기-안정의 단계에 걸친 감정 변화가 인위적이지 않고 진정성
있게 그려진다. 특히 기억을 놓치기 시작하는 중반부 장면들은 큰 울림을 준다.
3. 안성기의 존재감
인우라는 인물은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니다. 삶의 후반부를 딸을 위해 바치며,
그 또한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중 서사를 보여준다.
4. 영화의 제목 ‘카시오페아’
기억은 잊히지만, 하늘에 떠 있는 별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상징은 영화
전체에 흐르며 ‘존재의 흔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5. 음악과 공간의 활용
배경음악은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병원, 집, 주차장 같은 공간들이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평가
《카시오페아》는 관객을 울리기 위한 감정 강요 없이, 그저 ‘함께 걸어가는 느낌’으로 인물을 따라가게 만든다.
치매라는 소재는 자칫 감정 소비로 흐르기 쉽지만, 이 영화는 기억보다 ‘사랑’과 ‘기억하는 사람’에 집중하며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배우들의 내면 연기, 대사보다 행동에 집중하는 서사 방식, 그리고 모든 장면에 스며든 배려와 이해가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을 두드린다.
결국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누군가 널 기억해줄 거야. 그게 너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몰라.” 《카시오페아》는 잊히는 존재들의 이야기이자, 남는 존재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