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효자》는 2022년 개봉한 블랙 코미디 영화로, ‘좀비’라는 B급 장르 소재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시킨 독특한 작품이다.
감독 장형윤은 사회 풍자와 가족 문제를 ‘코미디’라는 외형으로 포장하면서도, 그 내면에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러닝타임은 117분으로, 잔잔한 일상극처럼 시작하다가 예상치 못한 좀비 전개로 이어지는 서사가 특징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외 관객들에게 공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등장인물
· 만식 (김뢰하) – 다섯 형제 중 장남. 겉으로는 의젓하지만 속내는 이기적인 인물.
· 엄마 (연운경) – 이미 사망했지만, 갑작스레 좀비 상태로 귀환한다.
· 석태 – 말 수 없는 막내.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 숙희 (이설민) – 외부인이자 딸 같은 존재. 가족의 거짓과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 나머지 형제들 – 각기 다른 성격과 이해관계를 가진 인물들. 유산과 체면을 두고 갈등한다.
줄거리
오래도록 병상에 누워 있던 노모가 마침내 세상을 떠난다.
이제는 장례를 치르고 정리할 시간. 다섯 형제는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나 진심으로 슬퍼하는 이는 없다. 각자 노모의 재산 분배, 체면 유지, 동네 시선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그날 밤, 이미 사망한 어머니가 느닷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람의 말은 못하지만, 집 안을 돌아다니고, 밥을 챙기고, 가족들을 바라보는 그녀. 좀비인지, 기적의 회복인지 헷갈리는 이 상황 속에서 형제들은 은근히 상황을 이용하려고 한다.
마을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죽음을 숨기고, 노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각종 문제를 정리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노모의 상태는 예측 불가로 흘러가고, 가족들의 위선과 이기심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좀비 엄마와의 기묘한 동거 속에서 이 가족은 '효'와 '진심'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감상포인트
1. 블랙코미디의 정석
《효자》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좀비라는 장치를 통해 가족의 위선, 이기심, 겉치레 효도를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2. 정서적 역전이 탁월한 연출
처음엔 코미디로만 보이던 설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석태와 엄마의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은 무언의 정서를 극대화한다.
3. 김뢰하·연운경의 연기 시너지
다년간 연극과 스크린을 오간 두 배우의 노련한 연기는
만화 같은 설정을 현실로 끌어내린다.
웃기면서도 쓸쓸한 정서를 배가시킨다.
4. ‘효도’의 해체
이 영화는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묻는다.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죽은 사람’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살아 있는 척’하는 자식들.
생명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풍경이 곧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5. 상징으로 읽히는 좀비 설정
좀비는 단지 공포 요소가 아니다.
말도 못하고 감정도 없는 상태에서도
가족을 향한 본능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평가
《효자》는 결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한국적 가족 문제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영화다.
소재는 기괴하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죽은 자의 귀환’을 통해 산 자들의 민낯을 폭로하는 방식은 흥미롭고도 뼈아프다.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도 중간중간 터지는 코믹 요소와 감정 전환의 리듬감이 뛰어나다. 초반에는 관객을 웃기고, 중반에는 당황시키며, 결말부에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유산, 체면, 형제의 이기심이라는 뻔한 소재가 좀비라는 장치를 통해 전혀 새롭게 다가오고, '효도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은 이 영화 안에서 완전히 다른 각도로 조명된다.